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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3일 토요일

83세 진융 `아직도 더 배우고 싶다`

캠브리지대 석사 학위 받아
`베이징대서 갑골문 공부`


"중국에 대한 공부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베이징(北京)대학에 설치된 국학(國學)연구원에서 가르침을 받고 싶어요."

중화권은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려온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金庸.83.사진)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1924년 저장(浙江)성 하이닝(海寧)에서 태어난 그의 학문과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뜨거웠다. 진융은 "중국 문화 가운데 갑골문(甲骨文:동물의 뼈에 새긴 옛 문자)을 공부하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중국을 방문중인 그는 17일 베이징대학 국학연구원 개원 15주년 행사에 참석해 이같은 배움의 의지를 공개했다. 베이징대학 측은 진융이 중국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진융은 1898년 베이징대학 개교 이래 '최고령 학생'으로 강의를 듣게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등록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진융은 올해 초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당나라 역사(唐史)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초 최후의 로마 군단을 연구 주제로 삼으려 했으나 연구에 어려움을 겪다가 주제를 바꿨다. 그는 "베이징에서 공부를 더한 뒤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도 밟고 싶다"며 "학위 때문이 아니라 공부 그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융은 '소오강호(笑傲江湖)' '천룡팔부(天龍八部)'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 '신조협려(神雕俠侶)' 등 중국을 무대로 한 무협소설을 히트시킨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웅문'으로 소개된 '사조영웅전'은 수백만부가 팔리며 무협소설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세계에 그의 독자는 3억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작품 '천룡팔부'는 중국 고교 정식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홍콩의 권위지인 명보(明報)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1950년대 신문 연재 형식으로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해 70년대 초 '녹정기(鹿鼎記)'를 출간한 뒤 작품활동을 접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zh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2007.06.19 04:51 [원문]

2007년 6월 19일 화요일

‘음악’에 푹 빠진 과학자

“우리 연구실은 ‘음악을 좋아한다’ ‘악기연주를 잘한다’고 받아주지 않습니다. 수학이나 물리를 잘해야지. 하지만 입학하면 제가 말을 바꾸죠. 명색이 소리를 연구하는데 악기 하나씩은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연구실의 모든 학생들에게 악기를 배우도록 하고 연말마다 연주회를 여는 과학자가 있다. 바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성굉모(60) 교수다. 그를 찾아 뉴미디어연구실의 지하계단을 내려가자 어둠 속에서 은은한 색소폰 소리가 흘러나왔다. 흔히 볼 수 있는 공대 분위기와는 색다른 풍경이다.

‘모범생’이어서 이루지 못한 꿈

(ⓒ동아사이언스)

성 교수의 전공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진동이 인간의 귀에 소리로 들리는 과정을 연구하는 ‘음향학’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독일 아헨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3년 귀국해 전자공학과(현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또 음대 겸임교수직을 맡아 악기의 물리적 구조와 소리가 나는 원리 같은 음악음향학을 20년 넘게 강의하고 있다. 이렇듯 음악을 좋아하는 그가 음대에 가지 않고 공대에 간 이유는 뭘까.

“중학시절 안익태 선생처럼 세계적인 작곡가가 되는 꿈을 가졌죠. 하지만 모범생(?)이어서 꿈을 이룰 수 없었어요.” 음악이론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열네 살 소년에게 음악 선생은 작곡공부를 권유했다. 하지만 생활고에 허덕이던 1960년대 부모와 교장 선생은 결사반대를 하고 나섰다. 전교 1, 2등을 하는 학생에게 과학자가 훨씬 낫다는 이유에서다. 성 교수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던 모범생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 교수는 “역사에 ‘만일’이란 있을 수 없다”며 “음향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971년 독일 아헨공대에 유학을 간 그는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세부전공으로 음향학을 선택했다. 성 교수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좋았고 감성의 영역인 소리를 물리적인 공학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지도교수는 바이올린 연주에 수준급이어서 다른 음대 교수들과 현악4중주를 연주할 정도였다.

독일에서 지도교수와 바이올린의 음질 개선을 연구한 그는 귀국한 뒤에도 악기와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특히 성 교수는 “우리나라 향가를 경성제국대 일본인 교수가 처음 해독했다는 사실은 치욕”이라며 “국악 연구를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성 교수는 국립국악원과 함께 국악기의 계량이나 국악기가 내는 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음의 높낮이에 대한 표준음을 설정하기도 했다.

‘위스키’ 마시며 관람하는 연주회

(▲ 성 교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과 함께 ‘젤로소 윈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성인이 된 뒤 악기를 배우려는 사람에겐 기타나 아코디언, 색소폰을 다룰 것을 권합니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어떤 장르든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성 교수가 매일같이 연습하는 악기는 색소폰이다. 색소폰은 교회나 성당에선 종교음악을 연주할 수 있고 캄캄한 무대에선 찐득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그는 귀띔했다.

성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색소폰만 모두 6개. 소프라노 색소폰, 알토 색소폰, 테너 색소폰처럼 다양한 악기를 갖고 있다. 그의 집에는 트럼펫과 튜바, 클라리넷 등 20여개가 넘는 악기가 더 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성 교수는 프로와 수준급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인 ‘젤로소 윈드 오케스트라’의 단장까지 맡고 있다. 그리스어로 ‘젤로스’(zelos)는 열정이란 뜻이다. 이름대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이다.

“학생들이 소리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연주자가 무대에 오를 때 느끼는 가슴 떨림도 맛봐야 합니다.” 보통 음향학을 연구하는 다른 나라의 연구실은 조촐한 연주회를 갖지만 성 교수의 연구실은 제자의 가족들을 초청해 성대한 연주회를 연다. 한 해는 학교 대강당을 빌려 콘서트를 열고 또 한 해는 학교 후문에 위치한 재즈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색다른 콘서트를 갖는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인적인 취향이 있어야만 과학자가 예술을 이해할 수 있다”며 “외국에선 음악이 생활의 일부니까 어린이들도 ‘나도 클라리넷이나 트럼펫 들고 취악대에 들어가야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화선진국인 유럽 각국은 마을마다 ‘윈드앙상블’(Wind Ensemble, 입으로 불어서 소리 내는 악기로 이뤄진 연주단)이 있다. 나아가 성 교수는 “유럽에서 음악이 생활인 것처럼 일반인에게 과학을 친숙하게 하려면 문과, 이과, 예체능의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뉴스등록시간 : 2007-06-19 오후 3: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