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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5일 일요일

깊고 느린 역사 - 페르낭 브로델 (Fernand Braudel)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pp.183-192]

책에서 말하는 페르낭 브로델의 역사라는 학문에 대한 관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역사적 시간을 다층적으로 생각: 사건사, 국면사, 구조사
    - 사건사: 어느 시대에 어떠어떠한 사건들이 있었다식의 서술, 연대를 중심으로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
    - 국면사: 사건들보다는 더 장기적이고 불변적이 요소, 이를테면 경제, 국가, 사회, 문명 등의 주제 분석. 여기에서 다루는 시간은 사회적인 시간, 즉 천천히 움직이며 반복되는 시간
    - 구조사: 인간을 둘러싼 주위 환경과 연관된 역사. '거의 움직이지 않는 역사',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 있는 역사'. 예를 들면 산과 바위, 강과 바다, 흙과 공기의 변천사 등. 지리적 시간.

  • 일반적인 시불변의 구조주의가 아닌, 기원과 생성 과정을 지니며, 너무나도 느리게 변하는 '구조'.
    - 역사에 대한 한계 또는 제약
    - 구조사: 가장 근원적인 역사 - 가장 중요한 역사에서부터 가장 피상적인 역사로, 가장 긴 호흡의 장기지속에서부터 가장 빠른 단기지속으로
    - 지리적 환경만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사실, 생산성의 한계 등 복잡한 요소도 포함 - 역사학, 지리학, 경제학, 사회학 등 인문, 사회과학의 여러 학문 분과들이 두루 동원되어야 진정한 역사 서술 가능: 학제적(學際的) 연구
책의 이 장을 읽으면서 저자의 다른 책 '남경태의 역사 오디세이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그 책들에서 계속 강조되는 역사에서 지정학적 조건의 역할이 여기서 말하는 브로델의 관점에서 나온 것 같다.

개체 단독이 아닌 구조 내에서의 역할로서 인간을 분석하는 구조주의처럼, 인류의 역사 또한 그 단독으로서가 아닌 주어진 환경 내에서의 필연으로서 해석해야 한다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두 가지의 '구조'란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구조'란 분석 대상과 상관없이 미리 주어지는 조건?)

(잘은 모르지만) 구조주의도 그렇고 여기에서 말하는 구조주의와 결합된 역사도 그렇고, 인문, 사회과학에서 '(구조의 가정 하에서) 자연과학과 같은 (필연적) 법칙의 도출과 그를 이용한 해석'을 시도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 맞다면 구조 자체를 다루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고, 결국 계층적이 되는 건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2007년 8월 3일 금요일

책)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남경태,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황소걸음, 2001

20세기의 사상들을 간단히 정리한 책.

예전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이하 굴뚝청소부)'을 읽고나서 이런 류의 책은 이제 그만 읽고, 이제부터는 한 사람의 생각에 대한 책들을 읽어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우선 철학과 굴뚝청소부란 책이 너무 잘 쓰여져서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그전에도 철학자와 그 사람의 철학에 대해 소개한 책들을 몇 권 읽어봤는데, 대개 각 장에서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다음 그 사람이 말한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불만은 그 사람의 철학 자체에 대해서는 너무 피상적인 것 같았고, 그래서 너무 간단하게 다뤄지다보니 이해가 어려웠다. (거의 다 번역서였는데 어쩌면 번역에서 오는 한계일 수도 있다. 추측하기에는 일반인들에게 풀어쓴 책이라면 당연히 쉽게 썼을테지만 번역하는 도중에 다시 어려워졌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굴뚝청소부는 사람의 생애보다는 철학에 대해 자세한 정도를 적당하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가 되니 재미도 있고, 각 사상에 대해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 '한 눈에 읽는 현대철학(이하 현대철학)'은 사실 남경태라는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굴뚝청소부와 비교해보면 솔직히 굴뚝청소부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책 역시 앞에 말한 다른 책들처럼 한 사람당 9~12쪽 정도의 한정된 분량 안에서 소개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 (31명, 장은 30개)을 소개할 수 있었지만 깊이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그 분량으로도 뭔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사상을 이해하기엔 좀... 그래서 다른 책들도 찾아가고 그러면서 읽었다. 그래도 이 책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 책 뿐만 아니라 이런 종류의 책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장점이지만, 어떠한 흐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부터 시작해서 주로 20세기에 활동한 사람들의 사상을 정리해서 한 번에 쭉 읽다보니 어렴풋하게나마 책 제목처럼 현대철학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소위 철학자 뿐만 아니라 과학자, 의사 등의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같이 소개함으로써, 철학 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의 업적들이 사상에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쳤나 알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20세기 사상의 흐름을 한 단어로 나타내보라면 나는 '구조주의'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것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각 개인의 행동이나 생각은 언어를 중심으로 하나의 사회 속에서 결국 규정하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인간은 언어에 기반하여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언어 자체나 언어가 생성, 사용되는 사회의 구조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주체, 그리고 주체가 외부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생각함에 있어서 주체가 속해 있는 구조(무엇이 됐든)를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에서도 나오지만, 이 구조 자체도 사람들에 의해 (물론 개인은 아니지만), 아니면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변화되어진다. 결국 역사성을 가진다는 뜻이다. 대개의 구조주의의 분석들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구조 자체를 기반으로 주체를 해석하기 때문에, 구조를 시불변적인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류의 초기부터 그러한 구조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결국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서 생활한 것과 밀접한 관계를 있을 수 밖에 없다. 초기 원시적인 형태의 구조 틀안에서 사람들이 사고하고, 또 그 사고들이 모여서 구조가 변화가 되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지금의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또한 구조주의적 해석에 따르면 사람의 인식 또한 역사성을 가지는 것일까?

여튼 앞으로는 이제 각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 우선 머리 덜 아픈 책 좀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