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7일 토요일

아르헨, 에너지 위기로 공장 300개 가동중단

브라질 언론 “메르코수르 차원 에너지대책” 촉구

아르헨티나에서 천연가스 및 전력 공급 부족사태가 계속되면서 최소한 300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고 브라질 언론이 6일 보도했다.

브라질 언론은 아르헨티나 산업연맹 관계자의 말을 인용,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이날 현재 최소한 300개 공장이 가동을 멈췄으며, 4천여개 공장이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4천여개 공장들도 하루 한 차례 이상 생산설비가 멈춰서는 등 사실상 가동중단 단계에 들어가고 있어 생산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현재 하루 1만8천㎿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공급되는 전력량은 1만6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도 2천500만㎥ 이상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전날 하루 평균 3천만㎥인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수입량 가운데 100만㎥를 아르헨티나로 직접 보내도록 하고, 전력 공급량도 현재의 하루 평균 700㎿에서 이번 주말부터는 1천100㎿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전력 및 가스 공급은 일반 가정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에너지 부족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부족 상황이 한계를 넘고 있다”면서 대규모 절전 사태가 초래돼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현재의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35억달러 정도의 투자를 통해 전력, 천연가스, 디젤 등 에너지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브라질 언론은 볼리비아 정부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선언 이후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등 다국적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투자가 축소되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강우량 부족으로 인한 수력발전소 전력 생산량 감소, 추위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 등이 아르헨티나의 에너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언론은 이와 함께 에너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아르헨티나 외에 브라질에서도 빠르면 2008년 중 또는 2010~2012년 사이 대규모 에너지 부족사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에 칠레와 볼리비아까지 합친 확대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차원에서 석유,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 문제 전반에 대한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연합뉴스 2007.07.07 08:19

2007년 7월 6일 금요일

[바둑] 기도 정신 훼손? 속기 팬 서비스?

팬서비스로 시작된 속기(速棋)가 바둑을 바꾸고 있다. 쉽게 엎어지고 쉽게 뒤집어지는 속기가 전술, 전략을 바꾸고 훈련방식을 바꾸고 대국 패턴과 대회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순발력과 감각, 전투력은 최고의 덕목으로 떠올랐고 바둑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던 장고(長考)는 가장 인기없는 단어가 됐다. 국내 바둑대회는 15개 중 10개가 20분 이내의 속기로 치러진다. 일년 내 이어지는 한국바둑리그도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속기가 80% 이상을 점령한 셈이고 이런 환경이 바둑을 빠른 속도로 바꿔가고 있다. 세계대회는 아직 대부분이 2-3시간의 제한시간을 갖고 있으며 이 바람에 국내바둑과 세계바둑의 괴리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지만 속기는 이미 한국바둑의 대세가 되고 말았다.

◆흘러간 유행가 ‘기도정신’=여자바둑의 강자 이다혜 3단은 어느날 오랜 고민거리에 대해 이창호 9단에게 물었다. “최선을 추구하는 게 옳은가요. 승부를 위해 타협해야 옳은가요.”
 
이창호 9단은 피식 웃었다. 그 자신도 답을 못 찾고 고민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바둑의 본질은 최선을 추구하는 데 있었고 그게 바로 기도정신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퇴색했지만 승부를 뛰어넘는 기도정신과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명국에 대한 소망은 프로기사들의 DNA에 깊숙이 박혀 있다. 하지만 속기 시대가 열리면서 승부는 실수가 판가름하게 됐고 역전이 밥먹듯이 일어나게 됐다. 이 두려움 때문에 갈림길에 봉착할 때마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수 대신 안전한 길, 또는 비겁한(?) 길을 걸어가게 되는데 이다혜 3단은 자신의 그런 모습에 문득 회의를 느끼곤 했던 것이다.

팬들이 원하니까 속기는 어쩔 수 없다고 느끼면서도 바둑이 지닌 깊고 그윽한 향기와 특유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슬슬 종적을 감추는 것이 아쉬웠던 것이다.
 
◆모조리 암기한다=조훈현 9단은 어린 시절 ”정석은 외우되 바로 잊어버려라”고 배웠다. 오랜 불문율이었다. 정석에 억매이면 고수가 되지 못한다. 고수는 암기하지 않아도 판 위에서 제 길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속기시대인 지금은 정석은 고사하고 포석까지도 암기의 대상이다. 온갖 유형의 포석과 새로운 이론에 입각한 변화 등을 평소 철저히 연구한 뒤 완벽하게 암기해 두지 못하면 실전에서 피보다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날려보내게 된다. 하수의 전유물이었던 암기가 속기시대엔 프로들의 필수 무기로 변한 것이다.

◆시간공격, 시간연장책, 시간패=속기와 초읽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람이 초를 읽을 때는 약간의 인정이 있지만 계시기의 초읽기는 가차없다. 잘 훈련된 젊은 기사들은 기계도 잘 다룬다. 반면 조훈현 9단이나 서봉수 9단 등은 돌을 놓은 뒤 시계 누르는 것을 깜박해 시간패를 당하곤 했다. 당황해 돌을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속기시대에 순발력이 떨어지는 노장들은 여러모로 서럽다.

초읽기에 몰린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더욱 빨리 두는 행위를 시간공격이라 한다. 시간 연장책은 30초를 연장하기 위해 패를 쓰듯 급한 곳을 두는 것을 말하는데 이 수가 자칫 패착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두 속기시대의 새로운 풍속도이고 해프닝이다.

◆속기 중독의 위험성=속기를 잘 두기 위해 프로들은 10초 바둑 훈련을 열심히 한다. 인터넷 대국은 거의 20초 1회로 대국한다. 하지만 이같은 초스피드 대국은 약간의 중독성이 있어 너무 많이 두다 보면 보통의 바둑을 두기 힘들게 만든다. 뇌가 한 방향으로만 익숙해진 탓일 수 있다. 정상을 노리는 신예 유망주 강동윤 6단은 자신이 속기에는 강하지만 장고하는 바둑에 약한 약점이 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속기는 유일한 대안인가=바둑학과 교수인 정수현 9단은 “팬들이 속기를 원한다. 바둑 내용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속기로 가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장수영 9단도 “프로는 상황에 적응해야지 상황 탓을 해선 안 된다”며 속기를 옹호한다.

그러나 권갑룡 7단은 “세계대회에서 중국에 자꾸 지는 이유가 속기 일변도에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일부의 우려를 전한다. 중국 대회는 주로 2~3시간 바둑이라서 세계대회와 비슷하다.

1980년 KBS가 처음 속기대회를 선보였을 때 김인 9단은 “바둑을 황급히 둔다는 게 이상하다”며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는 1분 초읽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30초에서 20초, 10초 바둑까지 등장했다. 즉각적이고 화끈한 승부를 원하는 팬들을 위해서인데 이런 전략은 팬들을 TV 앞에 모으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바둑의 본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도 쉼없이 이어진다(일본 3대 기전의 도전기는 지금도 이틀거리 바둑을 고수하고 있다).
 
속기 덕분에 하루 두 판 대국이 가능해지고 대회 진행도 좀 더 쉬워졌다. 하지만 한국 바둑이 어딘지 모르게 거칠어지고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귀울여봐야 하는 현실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2007.07.06 05:06 [원문]

2007년 7월 5일 목요일

[월드리포트] 자유경쟁 돌입한 佛 전력시장

/안정현 파리 특파원

7월부터 프랑스 전력 및 가스 시장이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이미 유럽연합(EU)의 전력 및 가스 시장 자유화 조치에 따라 회원국들은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왔다. 프랑스의 경우 이달부터 일반 가정에서도 자유롭게 공급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체계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프랑스 시장에 진입해 있는 10여개의 전력 및 가스 공급업체를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지난 60여년간 이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프랑스 전기(EDF)와 프랑스 가스(GDF)는 다른 공급업체들과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만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 급격한 변화나 시장의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DF가 2010년까지는 기존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정부 규제가격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제 가격은 그 상승률이 평균 물가 상승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 시장 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즉 실질적인 자유 가격 경쟁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현재 다른 공급자들은 이러한 EDF의 특권적 지위에 맞서 현재 규제가격보다 더 싼값에 향후 2∼3년간 가격을 고정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초기부터 공세를 펴고 있지만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인 규제가격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EDF는 유럽에서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의존도가 높아 유럽에서 가장 값싼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그 덕분에 지난 몇 년간의 유가 및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쟁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독립기관인 경쟁위원회는 실질적인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EDF로 하여금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대해서는 다른 도매가격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다른 전력 공급업체가 EDF로부터 값싼 도매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한 후 이를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토록 함으로써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쟁 도입이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럽 주변국들의 경험을 보면 경쟁도입 이후 전기세가 인하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쟁 도입으로 인한 서비스 개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전력 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문제점이다. 재고를 축적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에 실시간으로 적응되어야 한다. 공급 사업자가 많아지면 총공급량을 조절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수요불일치가 발생할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몇 년 전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이미 전력 시장을 자유화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고장 사태를 맞았고 지난해 11월에는 서유럽 주요지역에서 동시적인 대규모 정전사태가 있었다. 다음으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다. 전력 산업의 경우 대표적인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다른 산업보다 매우 길다. 당장의 가격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공급 사업자로서는 이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이전보다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향후 애프터서비스 창구가 이원화 된다는 점도 서비스의 질을 훼손시킬 수 있는 점이다. 전력의 생산 및 공급은 공급 사업자가, 전력의 개별 가정까지의 운송, 유지 및 보수는 현재처럼 프랑스 전기와 가스의 두 자회사가 계속해서 맡게 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EU차원의 대규모 전력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그 과실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junghy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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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포츠투데이 [원문]

세가의 발자취 (부제: 세가의 눈물겨운 떡실신의 역사)

세가의 겜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성급함일것이다. 오랜기간동안 게임기업계의 2인자로서 설움-충분히 실력으로는 1인자가 될수도 있지만-을 겪었고, 업계 넘버원이 되기 위한 발버둥의 역사가 세가의 모든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세가가 첨에 발들인 8비트 게임기사업(이전의 주크박스니 하는 잡다구리한 게임기는 일단 접자)에서 닌텐도의 하드(패미컴)보다 꽤 우수한 하드(세가마크3등)를 출시했지만, 닌텐도의 패미컴에 밀리고 만다. 이유는 바로 세가의 캐치프레이즈 '세가의 하드에 세가의 소프트를' 때문이다. 즉 자체로서 우수한 게임개발집단이던 세가로서는 자사의 게임기에 '독점'소프트를 공급함-세가의 게임은 세가의 하드이외에서는 할 수 없음-으로서 시장에서의 우위를 차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게임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소프트 하우스는 세가만 있는것이 아니다. 수많은 일본의 군소 소프트 하우스들이 너도나도 닌텐도의 패미컴에 소프트를 공급하기 위한 서드파티 계약을 맺고 게임을 냈다. 특히 에닉스의 드래곤퀘스트는 메가히트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일본의 국민게임이 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고만고만하던 게임기 업체들의 경쟁이-80년대초 일본에서는 대략 10개의 업체들이 게임기를 쏟아냈었다.- 결국 닌텐도의 독주로 정리되는 형상에 이르며, 종국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세가는 절치부심, 1위로 오르기 위해 기존의 8비트에서 16비트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메가드라이브를 출시했다.기존의 8비트형인 세가마크8가 자일로그사의Z-80을 CPU로 사용한 반면 메가드라이브는 모토로라의 68000을 사용했다. 속도,발색수,스프라이트등에서 훨씬 뛰어났다. 특히 빠른 그래픽 처리속도를 강점으로 삼아 당시 아케이드에서 가동되는 게임들 (시노비, 스트라이더 비룡, 스페이스 해리어, 수왕기등등)을 퀄리티의 다운없이 그대로 이식이 가능함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실제로 당시 아케이드 기판은 대부분 모토로라의 68000을 사용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서드파티 부족으로 인한 소프트수 감소에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여러 소프트 하우스를 영입한다. 대표적인 예가 초기의 테크모(썬더포스 시리즈), 텔리네트(바리스 시리즈), 자레코, 선소프트등이다. 하지만 예의 하우스들은 여전히 소프트 하우스로서는 2류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며, 그 수또한 충분치 않았다.

메가드라이브는 일본에서는 그럭저럭 300만대 정도는 출시했지만, 해외에서는 1000만대 이상을 팔은 절반은 성공한 게임기가 되었다. 그러나 메가드라이브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동시 발색수 제한(512색중 동시 64색)이라는 한계로 경쟁기종인 PC-engine(512색중 동시512색) 수퍼패미컴(32768색중 동시256색)에 비해 한결 우중충한 그래픽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수퍼패미컴은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많은수의 스프라이트 128개 가능(메가드라이브는 80개)함과 확대축소회전이라는 궁극의 2D기술을 내장함으로 유저들의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PC엔진의 경우 CD-ROM을 채용함으로서 용량의 제한이 없이짐으로 인해 8비트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게임들(천사의 시등)을 양산함으로서 동일하게 CD롬 매체를 채용함에도 불구하고 발색수는 전혀 변하지 않은 메가CD를 확실하게 눌렀다.

세가의 성급함이 나타난 또하나의 예는 메가 CD이다.90년대 초 화사한 색감의 PC엔진 듀오라는 (PC엔진+CD-ROM)라는 머신이 일본 시장을 강타하자 세가는 차세대 매체는 CD라는 생각에 성급히 메가CD를 발매한다. 아울러 수퍼패미컴에 밀리고 있다는 조급함과 함께 말이다. 이때 조금은 좀더 깊게 생각하고, 메가CD를 좀더 다듬었다면(여컨데 발색수라던가, 가격이라던가) 좋았을텐데, 급하게 고가격에 발매하여 일본에서 100만대 조차 보급하지 못했다.

차라리 발매되지 않았으면 싶은 비운의 기기 수퍼32X는 메가드라이브의 확장팩이다. 즉 메가드라이브의 슬롯에 꼽고 전용팩을 돌리면 메가드라이브에서 32768색중 512색을 사용한 화사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얼마후 새턴이 발매되었고 수퍼32X는 조용히 묻혔다.굳이 역사적 의미를 찾자면 16비트와 32비트를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 정도의 역할일까 싶고, 세가에서도 실험작 정도로 출시한듯 싶다.(실제의 CPU가 새턴에서 2개 사용된 히다치의 SH2임)

세가는 이전 게임기에서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게임기를 발매한다. 세가의 6번째 게임기란 뜻으로 새턴(태양계의 6번째 행성인 토성)이란 이름으로 32비트 게임기의 포문을 열었다. (세가마크3, 메가드라이브, 게임기어, 메가CD, 수퍼32X, 새턴) 새턴은 기존 세가게임기의 단점(우충충한 발색, 스프라이트수 제한으로 인한 화면내 캐릭터수 감소, 확대축소회전, 부족한 버튼, 소수의 서드파티)을 모두 극복한 게임기였다. 이 게임기는 최강의 2D머신으로 군림하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비교하면 빠른로딩속도, 화사한 색감, 빠른 그래픽처리(단 동영상 제외)로 모든 유저를 만족시켰으나... 시대는 이미 3D다.

극단적인 비유를 들면 소니의 플스는 2D기능이 없으나, 소프트웨어 적으로 2D기능을 만들어 제공하는데 반해 새턴은 3D기능이 없으나 소프트웨어 적으로 3D기능을 만들어 제공한다라는 식이다. 새턴의 처절한 텍스쳐를 본 유저들은 새턴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결국 대세는 플스로 흐른다.

플스에 밀리자 절치부심하여 세가는 드디어 강력한 3D머신 드캐를 발매한다. 지난 겜기 대전에서 새턴의 처절한 3D기능을 강화하였고, 어차피 더 우수한 기능을 가질것이 뻔한 플투보다 (전자제품은 늦게 출시할수록 성능이 더 우수한것이 당연하다. 단 플삼제외)먼저 저가 29800엔에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하기를 노렸다.

그러나 역시 성급했다. 초기물량부족과 부족한 소프트와 꽤나 심한 잔고장등으로 인해, DVD 미채용이라던가 몇가지 조금 아쉬운 부분을 제외하면 플투의 구라스팩에 비해 그닥 꿀릴것도 없었지만 조용히 접고 만다.조금은 더 심사숙고하여 출시했어도 좋았을뻔 한 비운의 하드가 드캐이다.

게다가 일본인들의 왕따도 한몪했다.
“플투는 왜 사셨어요?”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어서요.”
“하고 싶은 게임은요?”
“지금은 없고 그냥 DVD나 볼려구요.”
“세가 드캐는 어때요? 값도 싸고 할 게임도 많고 그래픽도 나쁘지 않은데?”
“글쎄요. 세가껀 좀 꺼림찍 해서요. 친구들도 세가껀 안가지고 있어요."
이런식이다.

이후 세가는 더이상 하드웨어에서는 손을 떼고 소프트사업만 하기로 결정한다. 나중에는 사미에 인수합병되기도 했다. 사미가 소프트제작에서는 3류이지만, 빠칭고 기계등의 제작에서는 일류로서 꽤나 돈다발을 만지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뭐 중요한건 아니고 어쨋든 지금은 세가사미이다.

이상이 세가의 역사에 대한 발자취이다.

그래서 정리하면

1. 80년대 초 개나소나 게임기를 발매하자 세가도 자사 게임기를 발매하며 발을 담근다. 단 자사의 소프트만으로 말이다.
2. 그러나 패미컴에 떡실신되자 16비트 메가드라이브를 발매하며 서드파티를 영입한다.
3. 16비트 메가드라이브가 수퍼패미컴에 떡실신되자 메가CD를 발매하여 분위기 반전을 노리나 실패한다.
4. 우중충한 색감때문에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자 수퍼32X라는 괴작을 발매하나 이건 그냥 내본거다.
5. 모든 단점을 극복한 궁극의 2D 머신 새턴을 출시하나 3D 괴물 플스에 떡실신 된다.
6. 다시 새턴의 단점을 극복한 3D 강화머신 드캐를 출시하나 구라스팩 플2에 떡실신 된다.
7. 하드웨어 사업은 접는다.

아 불상한 세가여.


출처: 쓰잘데기 님의 블로그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