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살스버그 (최정규 역), 천재들의 주사위, 뿌리와이파리, 2003.
통계학자들과 그 업적을 중심으로 엮은 통계학사.
우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부터 말해보자. 마틴 가드너의 '이야기 파라독스', '아하' 같은 책이나 다른 문헌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이 흔히 접하게 되는 통계학적 오류에 관심이 생겼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매스컴에서 어떤 데이터를 대표하는 값으로서 산술평균, 중앙값 또는 최빈수를 필요에 따라 적절히 채택한다는게 있겠다.
여기에서 몇 가지 다른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면, 통계에 따르면 '결핵 환자 중의 많은 사람이 산에서 죽는다'고 가정하자. 이것은 산악기후가 결핵균의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일까? 사실은 정반대로 결핵 환자의 요양에 좋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요양을 위해 산중으로 가게되고, 따라서 산에서 죽는 결핵 환자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발이 큰 아이가 말을 더 잘 한다'면 발의 크기와 말을 배우는 능력이 관계 있다는 말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고 결국 둘 다 성장이 빠른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통계는 기만적인 결론을 낼 수 있고, 이런 측면이 나의 관심을 끌었었다.
더 나아가 '검은 까마귀의 파라독스(by Carl Hempel)'(검지 않으면서 까마귀가 아닌 대상은 모든 까마귀가 검다는 법칙을 검증해준다는 내용)나 '푸파란색(by Nelson Goodman)'(어떠한 사실이 두 개의 법칙을 똑같이 검증할 때 더 단순한 법칙이 선호된다. 오컴의 면도날?)의 파라독스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주요한 문제(특히 귀납적 논리에 있어)가 된다 한다. (출처: 이야기 파라독스) 그리고 통계학은 사회학에 있어서나 과학 연구에 있어서나 광범위하게 이용되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생각된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는데, 여튼 이러한 통계학의 특성 때문에 관심있는 분야였고 해서 통계학에 대한 책을 찾다 이 책을 알게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 책에서는 많은 통계학의 거장들을 소개하고, 그 사람들이 통계학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이야기한다. 그 기여한 내용은 (수식 없이) 말을 통해서만 전달하는데 그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적절한 수식을 통해 설명했으면 쉽고 명확했을 것 같은데). 통계학적 내용 자체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아니면 통계학을 전공해서 그 내용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책인 것 같다. 내가 통계학을 전공했다면, 이 사람은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이런 정리를 발견했구나, 이 이론은 이 사람이 이런 배경에서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재미있게 봤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통계학 자체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절반 넘게 읽다가 멈춘 상태다(그 이후로는 끝까지 대강 훓어보기만 했다). 말했듯이 처음 기대했던 내용과 달랐고, 그래도 계속 기다리며 봤지만 계속 비슷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계속 읽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흥미를 끄는 다른 책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통계학 자체의 내용보다는 통계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어쨌든 통계학 자체에 대해 소개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있을 법 한데). 데보라 J. 베넷이라는 사람이 쓴 '확률의 함정'이라는 책이 그럴 것 같긴 한데...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 이런 점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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