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3일 금요일

원작의 종류에 따른 번역의 태도

(전략) ... 번역자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원문을 그대로 살릴 것인가, 아니면 원작자의 의도를 살릴 것인가? ... 원문을 살리는 번역이란 원문 내용을 일절 여과 없이 치밀하게 옮기는 것을 말한다. ... 한편 원작자의 의도를 살리는 번역이란 행간의 의미까지 헤아리는 번역을 말한다. ... 이 두 방식 중 어느 것이 나은 방식인지는 일차적으로 원작의 종류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원작이 만약 문학작품이라면 번역자는 주저없이 첫 번째 방식을 택해야 한다. 문학에서 내용(idea)과 형식(form)의 분리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러나 형식보다 내용을 중요시하는 과학계통의 작품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형식은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아이디어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번역자는 자신의 재량을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려면 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야 하지만 아인슈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스티븐 와인버그(S. Weinberg)의 '중력과 우주론(Gravitation and Cosmology)'이 아인슈타인 이해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모든 물리학자들이 주지하는 바이다. ... (후략)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역자 후기 pp.427-428


번역하고자 하는 원작에 따른 번역자의 태도뿐 아니라 각 목적에 따른 책의 선택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내용 전달이 목적일 때에는 잘된 번역서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각 영역에서 용어에 대한 정의만 확실히 잘 된다면(물론 쉽지 않겠지만), 문학 작품이 아닌 서적들은 한글서적으로도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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