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5일 목요일

[월드리포트] 자유경쟁 돌입한 佛 전력시장

/안정현 파리 특파원

7월부터 프랑스 전력 및 가스 시장이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이미 유럽연합(EU)의 전력 및 가스 시장 자유화 조치에 따라 회원국들은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왔다. 프랑스의 경우 이달부터 일반 가정에서도 자유롭게 공급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체계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프랑스 시장에 진입해 있는 10여개의 전력 및 가스 공급업체를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지난 60여년간 이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프랑스 전기(EDF)와 프랑스 가스(GDF)는 다른 공급업체들과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만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 급격한 변화나 시장의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DF가 2010년까지는 기존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정부 규제가격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제 가격은 그 상승률이 평균 물가 상승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 시장 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즉 실질적인 자유 가격 경쟁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현재 다른 공급자들은 이러한 EDF의 특권적 지위에 맞서 현재 규제가격보다 더 싼값에 향후 2∼3년간 가격을 고정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초기부터 공세를 펴고 있지만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인 규제가격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EDF는 유럽에서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의존도가 높아 유럽에서 가장 값싼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그 덕분에 지난 몇 년간의 유가 및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쟁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독립기관인 경쟁위원회는 실질적인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EDF로 하여금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대해서는 다른 도매가격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다른 전력 공급업체가 EDF로부터 값싼 도매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한 후 이를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토록 함으로써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쟁 도입이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럽 주변국들의 경험을 보면 경쟁도입 이후 전기세가 인하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쟁 도입으로 인한 서비스 개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전력 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문제점이다. 재고를 축적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에 실시간으로 적응되어야 한다. 공급 사업자가 많아지면 총공급량을 조절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수요불일치가 발생할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몇 년 전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이미 전력 시장을 자유화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고장 사태를 맞았고 지난해 11월에는 서유럽 주요지역에서 동시적인 대규모 정전사태가 있었다. 다음으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다. 전력 산업의 경우 대표적인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다른 산업보다 매우 길다. 당장의 가격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공급 사업자로서는 이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이전보다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향후 애프터서비스 창구가 이원화 된다는 점도 서비스의 질을 훼손시킬 수 있는 점이다. 전력의 생산 및 공급은 공급 사업자가, 전력의 개별 가정까지의 운송, 유지 및 보수는 현재처럼 프랑스 전기와 가스의 두 자회사가 계속해서 맡게 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EU차원의 대규모 전력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그 과실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junghy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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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포츠투데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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