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1일 목요일

5.18이 폭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아 양심이 있느냐?

개봉 전의 기대치를 보려고 왔건만, 이런 영화를 왜 만드느냐, 5.18이 모래시계나 기타등등 많이 만들어졌는데 돈벌려고 또 만드냐, 폭동을 미화하느냐 등등등 개쓰레기만도 못한 글들이 수두룩하구나..

인정할 건 인정하자. 독재정부가 쿠데타를 인정 못하는 주민을 학살한 것이다. 그리고 더 참혹한 사실은 내가 대학생이 되기 전에 5.18이 뭔지도 얼마나 죽었는지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깡촌 시골학교에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선생님이 외우라는 것은 열심히 외웠고 필요없다는 것은 한 자도 읽지 않았다. 아프리카 여러나라의 주요 수출품을 외우고,수천년전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의 년도를 외웠다. 땅속 광석들의 종류를 구분하고, 농업시간엔 젖소나 돼지의 임신기간도 외웠다. 하지만 내가 아기일때 이나라에서 수백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다쳤다는 역사는 말하지 않더라.. 폭동인지 투쟁인지 내가 판단할 일인데 나이든 국사선생님은 알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셨나 보다. 고교졸업후 십여년이 지난 지금 그당시 맞아가며 수년동안 외웠던 암기사항들은 전혀 기억에도 없지만, 대학신입생때 잠깐 배운 5.18의 슬픔은 내게 지식으로 남았다.

요즘도 많은 이들이 북한을 욕하고 일본을 욕하고 남미,아프리카를 비웃는다. 북한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켰고, 일본은 타국을 괴롭히고도 반성이나 사과할 줄 모르며, 아프리카,남미는 끝없는 내전으로 서로를 죽여가며 기아에 허덕이는 한심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웃음과 비난을 날리는 사람들 중에 더한 인간들이 있다.

북한이나 일본으로부터 자신과 국가를 지켜달라며 믿음과 세금을 보냈지만, 주적 김일성과 오십보 백보인 대머리 인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오히려 지켜야 할 대상을 죽이는 일을 벌이고도 반성을 모르는 인간들이다.

북한을 동족을 죽인 빨갱이라면서 자기도 동족을 죽이고 일본이 제대로된 사과를 안한다면서 그들은 사과조차도 없고 지금도 빨갱이폭도이라 매도하며, 제3세계의 가난한 내전국을 비웃으며 우리나라도 그런 참혹한 살육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을 욕하고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기 전에 우리부터가 당당해야 하지만, 친일파와 군부의 남은 찌꺼기들은 끝까지 똥칠을 하고 있다.

더이상 폭동이나 간첩들의 음모니 떠들어서 다른 나라들이 비웃을 추잡한 짓거리를 하지말자. 이건 아이들에게 숨기고 이웃나라에 숨기고 자신에게도 숨길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무력과 폭압에도 죽음으로 맞선 자랑스런 역사다. 다른 나라같으면 자랑할 역사를 스스로 지우고 깍아내리고 욕하기 바쁘니 얼마나 추한가. 일본이 역사교과서에서 위안부문제나 난징학살을 지웠다고 욕하기 전에 우리의 역사나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스스로의 과오를 청산하지 못하는 민족이 타민족의 사과를 바라는 건 넌센스다. 독일은 학살자로서의 과거를 눈물로 사과하고, 파시즘에 반대하다 고문과 노역,살인으로 숨진 열사를 기리며, 경제적 마이너스를 알면서도 통일을 이룩했다. 일본이 독일처럼 못한다고 욕하기 전에 우리부터 독일의 장점을 배워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은 물론 제3세계 가난한 국가들도 억압과 파시즘, 군사독재, 이념의 충돌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탈이데올로기로 발전해 가는데, 아직도 암흑시대를 그리워하고 과거를 조작하기 바쁜 쓰레기들이 한국에 발로 차일 정도로 넘쳐난다는게 정말 부끄럽고 답답하다.

의경복무시절 상관이신 경찰관 중에 특수부대원으로 광주에 계셨던 분이 있었다. 당시의 이야기를 하는 걸 꺼려하셔서 자세한 얘기는 못했지만 네이버의 쓰레기들처럼 폭도니 빨갱이니 하는 소리는 없더라. 그 자리에서 피흘리고 동료가 죽어가는 현장에 계신 분도 말이 없는데, 빈깡통이 요란하다고 경험도 지식도 인격도 모자란 놈들이 더 설치는게 아닌가 한다.

40대면 불혹이고 50이면 지천명의 나이다. 인터넷 익명성의 편의아래 개똥보다 못한 지저분한 생각들을 배설물처럼 쏟아내지말고, 인간적인 글들을 남겨서 인생의 후배들을 감동시키는 건 못하는가?

이제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적은 분들이시여... 누군가들 비난하고 깍아내리고 욕하는데 남은 인생과 열정을 쏟기에는 아까운 시간이 아닌가? 죽을 때까지 누구를 비하하고 당신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분노해서 자신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가? 기성세대로서의 존경을 나이로만 받으려 말고 쌓여진 주옥같은 지식과 인생의 철학들로 받으려 노력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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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격양된 감정으로 쓴 두서없는 글이 메인리뷰에 오르니 많이 쑥스럽습니다.

지우고 싶은 생각도 들고 과격한 표현들을 고치고 싶기도 하지만 왠지 자신을 속이는 듯 싶어서 그냥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역사는 외우는게 아니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가기위해 공무원이 되기위해 억지로 외워야 하는 암기사항도 아니어야 하며, 자신의 해박함과 암기력을 자랑하기 위한 지식이 되어서도 안되죠.

이순신장군도 자신의 이긴 전투의 횟수가 몇번이고 대첩들의 순서와 위치, 격파한 일본의 함선이 몇척인지를 달달 외우며 암기하기를 바라시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을 신처럼 떠받들기를 원하시지도 않겠죠. 다만 자신과 조선의 민초들이 격은 고통과 맞써 싸운 용기들을 가슴속에 담고 있기를 바라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5.18의 열사와 희생자들도 자신들이 영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진 않으리라 생각하네요. 다만 그들의 용기와 마지막까지 잃지 않았던 희망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리라 믿습니다.

그날의 광주에 있었던 민간인도 시민군도 군인도 모두가 희생자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혼돈과 공포, 슬픔과 희망을 지금의 후세들과 비경험자들이 느끼지도 완전히 알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매일같이 기억하고 공부할 수도 없죠. 하지만 절대로 잊지만은 말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네이버 영화리뷰에 와서 멋진 글, 재밌는 글, 웃기는 글들을 찾으며 영화의 오락성을 많이 추구했고 장난같은 댓글과 리뷰를 가끔씩 쓰면서 혼자 좋아하며 여흥처럼 이용했었네요.

하지만 "화려한 휴가" 에서는 그런 오락과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었고 결국 타인들의 독설을 독설로 대응하는 미숙함을 보이며 제가 잊고 있었던 생각들을 적었습니다.

쪽지까지 보내주신 어느 분의 말씀처럼 "화려한 휴가"가 역사와 진보는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는 걸,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걸 보여줬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왜곡된 현대사와 과오들이 수정되고, 서로를 미워하고 새로운 갈등을 만드는 그릇된 사회구조가 사라질 수 있도록 새로운 세대인 우리들이 지역과 정치관을 넘어서 서로 노력했으면 합니다.

(많은 추천과 댓글 감사드리며. 다른 역사관과 정치관을 가지신 분들을 심하게 모욕한 점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네티즌 리뷰 natural200 님의 글 (관련영화: 화려한 휴가)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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