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도진순 교수
(사진: 4월28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앞두고 충남 아산자율방범연합대원들이 충남 아산 신정호 국민관광단지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크게, 더 높게만 세워놓은 이순신 장군 동상이 오히려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막고 있다.”
창원대 도진순(사학과) 교수가 19일 오후 경남도의회 회의실에서 도의회 선진교육문화연구회(회장 이유갑)가 마련한 포럼에서 '과거속의 미래 찾기:남해안 시대와 충무공 이순신-동북아 해양평화벨트 구축을 위한 시론'이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면서 서두에 강조한 말이다.
도 교수는 전국적으로 인간적인 내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높게, 크게만 세워놓은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에서는 난중일기 곳곳에서 나타난 이충무공이 숱한 불면의 밤을 보낸 고통과 전쟁에 대한 고뇌, 각종 질병 등의 모습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수병의 주요 무기가 활인데도 활을 든 이순신은 전혀 없고 천편일률적으로 칼을 든 이순신만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비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칼레의 시민’에서는 사람 그 자체보다 생각이 보이고 영-프 전쟁 당시 도시를 구하기 위해 교수형 집행지를 향해 걸어가는 시민들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다고 도 교수는 지적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임란 당시 일본 장수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고 좌충우돌형으로 그리는 것 또한 당시 일본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의 막강한 전투력을 오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이순신을 이런 식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조총과 일본, 세계를 보지 못하게하는 것은 물론 당시 민중과 조선의 현실,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망각하도록 하고 있다"며 "도가 추진하고 있는 이순신 프로젝트도 1천400억원을 들여 다시 이순신만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 교수는 이어 남해안 일원에 흩어져 있고 제각각 관리되고 있는 임진왜란 유적지와 방치되고 있는 왜성 유적지, 러.일전쟁 유적지, 식민 유적지 등을 묶어 동북아 국제평화와 교류를 기본 개념으로 하는 해양 역사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그는 또 일본과 중국의 전쟁 유적지와 연계해 크루즈 투어를 실시하는 방안도 내놓고 궁극적으로 한.중.일의 전쟁 관련 유적과 평화공원 등을 묶어 '동북아 해양평화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도 교수는 "자신이 아닌 타인, 선인이 아닌 악인, 영광이 아닌 치욕, 영웅이 아닌 범인(凡人)의 유적을 어떻게 기념하고 기억할 것인가가 화두"라며 "함부르크의 반파시즘 기념관과 일본 오키나와(沖繩) 평화공원의 사례처럼 치욕의 역사는 없애는것이 아니라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영국 런던 빅토리아 타워 가든에 있는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들’(The Burghers of Calais). 위키피디아 이미지)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들’이란?
1884년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인 칼레시의 시장으로부터 1347년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당시 영국에 시 전체가 포위되었을 때 도시를 구한 영웅들의 조각상 제작을 의뢰받았다.
전쟁 당시 칼레는 1년 가까이 영국의 공격에 버텼으나 도시 절멸의 위기 앞에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영국왕 에드워드3세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도시 대표들의 목숨을 요구했다. 불안에 떤 칼레 시민들 중에서 자원자가 나섰다. 칼레 최고의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였다. 이후 칼레의 지도자와 귀족들이 줄줄이 뒤를 이어 자발적으로 나섰다. 모두 6명의 의인이었다. 시민을 위해 스스로 희생에 나선 이들이 칼레를 구했다.
로댕은 숭고한 역사를 담은 작품 완성에 10년이란 세월을 투자했다. 칼레 시민들은 거장 로댕의 손길이 칼레와 그 시민들을 구한 ‘영웅’을 용감하고 아름답게 형상화한 조각상으로 나타내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로댕이 완성한 작품은 칼레 시민들의 기대와 달랐다. 도시의 함락을 앞두고 목숨을 내놓으러 나선 6명의 인물은 공포와 고뇌에 가득차 있었다. 영웅이 아니라,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숙인 채 고독과 공포에 처해 고뇌하는 사람들이었다. 로댕은 6명의 인물들을 제각각 흩어지게 배열하면서도 전체적인 통일성 속에 인물마다 고유한 표정과 움직임이 살아 있게 만들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
출처: [한겨레신문 2007-06-19 오후 07: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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