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브리지대 석사 학위 받아
`베이징대서 갑골문 공부`
"중국에 대한 공부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베이징(北京)대학에 설치된 국학(國學)연구원에서 가르침을 받고 싶어요."
중화권은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려온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金庸.83.사진)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1924년 저장(浙江)성 하이닝(海寧)에서 태어난 그의 학문과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뜨거웠다. 진융은 "중국 문화 가운데 갑골문(甲骨文:동물의 뼈에 새긴 옛 문자)을 공부하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중국을 방문중인 그는 17일 베이징대학 국학연구원 개원 15주년 행사에 참석해 이같은 배움의 의지를 공개했다. 베이징대학 측은 진융이 중국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진융은 1898년 베이징대학 개교 이래 '최고령 학생'으로 강의를 듣게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등록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진융은 올해 초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당나라 역사(唐史)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초 최후의 로마 군단을 연구 주제로 삼으려 했으나 연구에 어려움을 겪다가 주제를 바꿨다. 그는 "베이징에서 공부를 더한 뒤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도 밟고 싶다"며 "학위 때문이 아니라 공부 그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융은 '소오강호(笑傲江湖)' '천룡팔부(天龍八部)'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 '신조협려(神雕俠侶)' 등 중국을 무대로 한 무협소설을 히트시킨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웅문'으로 소개된 '사조영웅전'은 수백만부가 팔리며 무협소설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세계에 그의 독자는 3억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작품 '천룡팔부'는 중국 고교 정식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홍콩의 권위지인 명보(明報)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1950년대 신문 연재 형식으로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해 70년대 초 '녹정기(鹿鼎記)'를 출간한 뒤 작품활동을 접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zh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2007.06.19 04:51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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