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빈 슈뢰딩거 (서인석, 황상익 역), 생명이란 무엇인가, 한울, 2000.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생명현상의 물리적 해석에 대해 쓴 책.
원서는 1944년에 씌어졌다고 하는데,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현재에는 많은 부분이 (거의 다?)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다 (책 말미에는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려주는 논문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답을 알기엔 요원한 것 같은 생명 현상에 대한 해석의 시도와 그를 위한 접근법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생물 분야에도 관심이 있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리학자답게 생명 현상도 물리법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환원주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까). 본격적으로 생명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물리법칙으로서의 원자통계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다. 이 개념을 책에 나온 예를 들어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긴 원통에 산소기체가 있을 때 자기장을 가해주면 각 산소분자가 자기화, 즉 자기장의 방향과 나란히 서게 된다 (산소분자 자체도 작은 자석이기에). 하지만 모든 분자가 자기화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화의 정도는 자기장의 크기에 비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작위한 배열을 만들어 내는 열운동에 의한 방해 때문이다. 정리하면, 분자들을 자기장과 평행하게 하려 하는 자기장과 무질서하게 하려 하는 열운동의 경쟁에 의한 결과가 관찰되는 자기화라는 것이다. 도체에서 이러한 현상을 근사적으로 나타낸 게 옴의 법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열운동을 작게 하면, 즉 온도를 낮추면 자기화를 높일 수 있을 건데, 초전도 현상에서 그걸 볼 수 있다. 비슷하게 브라운 운동도 분자 단위로 보면 그 운동을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다루는 분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확산법칙이라는 편미분 방정식 형태의 물리법칙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거시적인)물리법칙은 근사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발견이 아니라 이해하고 이용하기 위한 발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 등은?)
여튼 위와 같은 사실을 이야기 한 다음, 생물의 일반적인 특성과 그로 유추할 수 있는 유전물질의 특성을 말한다. 그 내용이 어려워서 다 이해하지는 못했고, 그냥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위에서 말한 사실과 양자역학(불확정성)을 근거로, 생물체의 자기 유지 및 복제, 돌연변이 발생 등의 특성을 가지기 위한 유전물질(염색체)의 조건을 다원자구조여야 하며 그 규모는 어느 정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내용이 맞는지 자신은 없다...). 그리고 생명체는 (다른 유기체가 가지고 있는)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생명에 대한 이러한 견해(기계로서의 생물)에서 자유의지의 의의에 대해 평하고 있다.
내용을 정리하긴 했지만 공부가 부족한 관계로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새로 발견된 사실(양자역학과 염색체)로부터 생명 현상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 게 좋았다.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유전자(염색체)가 생명체의 구성과 진화에 미친 영향과 또 생물체의 생명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다면, 이 책에서는 유전자의 구성 자체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고 할까 (그 뒤의 연구를 통해 틀렸음이 밝혀졌지만). 특히 과학자다운 엄격하고 창조적인 접근법이 이 책의 의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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