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6일 토요일

한국에서의 영웅, 그리고 빠순이

우리나라는 영웅을 키우지 못하는 사회라고들 한다. 그건 남이 잘 되는 것을 못 보는 성질을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누구의 팬으로서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 '~빠'라고 말하며, 그 말이 객관적인지 아닌지는 무시되기 일쑤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지,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는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자. 누군가가 자기는 누구를 (또는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을 했을 때, 그 대상(사람이든 아니든)에 대해 흠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완벽한 건 없으므로). 그리고 (실제로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든 없든) 자기가 좋아하는 건 밝히지 않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대상을 비판하는 측은, 최소한 말싸움에서는 우위에 있을 수 있다 (말하자면 자기에게는 공격 대상이 되는 약점이 없으므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그걸 왜 하냐'라고 묻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그걸 왜 좋아하냐'라고 묻는 사람에게 나는 묻고 싶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냐?', '너는 무엇을 좋아하냐?'

정치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이 가진 가장 흔한 태도가, 정치를 욕하면서 양비론, 냉소주의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우리나라의 정치가 바람직하고, 정치가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팔짱끼고 멀찌감치 서서 혀만 차고 있으면 나아지는 것이 무엇일까? (쿨하게 보일 수 있나?) 더구나 정치의 결과는 결국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계급만을 위하는 정치가가 있다면, 그런 정치가가 원하는 정치에 대한 시선은 바로 위와 같은 냉소주의일 것이다 (국민들이 누가 자기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열심히 생각하면, 표로써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자기가 권력을 잡을 수 없을 게 자명하므로).

'오십 보 백 보'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속담이나 격언이 있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논리가 전부 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이다 (비유 등의 수사법도 다 해당, 숨겨진 핵심을 짚어내거나 어떤 것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참인 건 아니다). 모든 정치가가 못하더라도 조금 덜 못하는 사람을 지지해주자. 그리고 수준이 낮다고 냉소주의로 무관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최소한의 실천(투표)을 하자. K리그가 외국 빅리그에 비해 수준이 낮다 해서 특별히 손해볼 건 없지만, 정치가 수준이 낮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ps. 난 정치가 중에서는 김근태를 좋아하고, 그런 사람(요령은 부족하지만 양심과 굳은 신념을 가진)이 크게 될 수 없는 우리나라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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